Notic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ENCODING in /home/inswave/ins_news-UTF8-PHP7/sub_read.html on line 3
鬼接 - 6화 살인자의 일기:오프라인뉴스
로고

鬼接 - 6화 살인자의 일기

順月 | 기사입력 2021/08/26 [23:40]

鬼接 - 6화 살인자의 일기

順月 | 입력 : 2021/08/26 [23:40]

"잠시 소피가 급하군."

 

노인은 불편한 몸을 뒤척거리며 자리에 겨우 일어섰다. 진수는 십년도 더 되어보이니 두터운 외투덕에 인지하지 못했지만 새삼 노인이 외소해보였다.

 

"이 근방에는 변소가 없습니다. 어르신 아마 저쪽 상가는 가야..."

 

그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노인은 삐그덕거리는 고장난 시소 옆 덤불로 들어갔다. 하긴 이미 일대가 폐가, 폐건물인데 누가 있을리도 없을테지.

 

잠시 덤불을 바라보던 진수는 노인이 앉아 있던 의자 위에 색은 바래고 겉표지는 떨어질듯 한 공책하나를 발견하였다.

 

'뭐야 일기잖아 왜 이런걸 들고다니시지?'

 

진수가 공책을 펴자 각 장마다 날짜가 적힌 글들이 세네줄씩 드문드문 써있었다.

 

상당히 조잡해보이는 글들은 맞춤법도 틀리고 글씨도 손마디만큼 큰것이, 노인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발견하지 않았다면 어린아이가 쓴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대부분 하루 날씨가 어떻고, 일이 힘들고 같은 고리타분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진수는 페이지를 마구 넘기며 대충 훑어보려했다.

 

그러다 전과는 다른 삐뚤삐뚤한 글씨체로 써져있는 일기에서 눈이 멈췄다.

 

1997.4.4

오늘은 사장님이 3시간이나 일을 더하라햇다.

일을 끗마치니 9시엇지만, 차가 끈켜 걸어와야 해서 11시나 되야 집에 도착햇다.

엽집에 누가 이사왓는지 오렌만에 불이켜져 잇다.

누군지 궁금하다. 하지만 내일은 사장님이 일찍 오라해서 자야겟다.

 

1997.4.6

일요일이라 집에서 쉬다보니 깜빢 잠이들었다.

그러다쿵거리는 소리에 잠이께 문을열고 나갓더니 여자 구두한개가 떨어져 잇었다.

누가 구두를 일어버린것가타서 집으로 주워들고왓다.

 

1997.4.10

일을 나가는데 아파뜨 앞에 아주머니가 어떤 학생 사진이 부튼 종이를 나눠줫다. 뭔지 모르지만 힘드러보여 더달라하니까 화를냇다. 이상하다.

 

1997.4.13

쉬는날이라 잠을잣다 화장실에 가니 엽집에서 공사하는 소리가 들린다. 톱을 쓰는것같아 도와주고 싶지만 화낼것가타 무섭다. 내일 아침에 인사해야겟다.

 

1997.4.14

....

 

이보게 자네 뭘 보고있나?

 

응? 아니 그 공책이 언제 빠졌나 뭐 죄송할건 없어. 내가 쓴것도 아니라.

 

609호에 살던 청년이 일기랍시고 쓰던 건데 알아보기 힘들지? 그 친구가 초등학교도 못나오고 보육원인가 어디서 20년간 강제로 노동했던 친구야.

 

그러다 보육원 원장이 기사에도 나고 하자 입막음용으로 아파트 하나 던져주고는 각서받고 사라지더군.

 

평생을 하라는대로만 해서 살아오던 사람한테 독립이란건 자유가 아닌 또다른 폭행이더구만. 국가에서 도와주려고 여러방면으로 시도했는데 그때마다 이친구가 공장으로 도망을갔지.

 

자기는 그렇게 살고 싶다고 살려달라고 울고불고하니 뭐 더이상 손쓸수도 없어 그냥 일하게 냅뒀지. 뭐 거기 사장도 일에 미친 사람이긴 했지만 돈은 칼같이 얹어주는 양반이라.

 

그렇게 한달이 되었지 아마? 갑자기 아파트 일대에 흉흉한 소문이 돌더군. 워낙 사건사고가 많긴했지만, 그 당시고 지금이고 학생들 실종사건은 너무나도 공포스러운 사건이지 않나?

 

그런데 아파트 주민들은 아니고, 주변에 노동자들이 모여사는 일대에서 학생들이 3명이나 실종되었으니 아주 난리도 아니었지.

 

경찰들은 처음에는 그 단독주택들 일대를 돌다가 갑자기 청년을 찾으러 오더군. 실종된집 딸들이 그 청년이 일하던 공장사람들의 자녀였거든.

 

근데 그 친구가 뭘알겠나. 변호사란것도 모르고 그냥 경찰이 물으면 묻는대로, 집 수색요청하면 요청한대로 다 해주었지. 그때 경찰 한명이 화장실에서 혈흔 하나를 발견했는데 늘러붙은 살점이라더군.

 

혹시나해서 쓰레기통을 다 뒤졌더니 여자 머리카락이 한 뭉텅이 나와서 그 길로 바로 경찰에 체포되었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나? 만약 진짜 살인범이라면 동네주민이고 공장사람이고 모두 속인거일텐데, 집 수색을 그렇게 바로 동의한다고?

 

게다가 결정적으로 다들 의심했던건 10대 소녀를 데리고 아파트로 들어간것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거야.

 

이 아파트는 입구에서부터 어떻게든 옆집이 뭐하나 염탐하는게 버릇이라 아무도 못본다는게 말이 안되거든.

 

경찰도 막상 심문들어가니 이건 뭐 어린아이한테 묻는격에다 증거랄것도 미미하니 결국 풀어주었지. 그래도 혹시나 연기하는거 아닌가 싶어 아파트 주변에서 대기하더군.

 

그러고나서 이틀 뒤.

 

보란듯이 아파트 근처 가로등 밑에서 실종된 소녀가 토막난 채로 발견되었지.

 

"네? 혹시 인정동 살인사건 말씀 하시는겁니까?"

 

인정동 연쇄살인은 어린시절 일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건이었기에 진수는 더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과거 귀신결혼과는 달리 신문에 여러번 실린 사건이었으며, 20년 이상을 바보인척 하던 범인이 결국 잡혀 사형까지 판결받은 전설적인 사건이었다.

 

그때 범인관련 자료는 기사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특집기사로 낼수도 있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꺼내어 일기를 찍고자 했다.

 

"그만두는게 좋을거야..... 원한이 서린듯 하면서도 기괴한 일기장이라.... 정 원한다면 상관 없네만"

 

"원한이요? 견습 기자시절 공부한 덕에 내용까지 다 알고있는데 원한이라뇨. 10명이나 죽인걸로 판명난 연쇄살인마 따위에게 그런게 있겠습니까?."

 

노인에 말에 진수는 이해할 수 없다는듯 언성을 높였다. 설사 어린시절 가혹한 환경이나 경험등으로 원한이 있다하여도 10명이나 사람을 토막살인 낸다는것은 절대로 용서받을수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래 자네말대로 연쇄살인마라면 어떠한 사유로도 용서받을수 없겠지. 나도 그런자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네.

 

그런데 만약, 정말 혹시나 만약 그 친구가 범인이 아니라면 그 얼마나 억울하고 괴로운 일이겠는가?

 

그때 시체가 발견되고 경찰들은 일제히 청년의 집을 급습했어. 이미 소문이 날대로나서 공장에서 짤린 그는 잠을 자고 있었다는데 부엌에서는 거짓말처럼 흉기가 숨겨져 있었다더군.

 

너무나 명확한 증거에 경찰들도 그를 잡아갈 수 밖에 없었고, 그는 복날 잡혀는 개처럼 질질 끌려갔지.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를 외치며말야.

 

그 이후는 자네가 알다시피 청년은 결국 사형을 받게되었어. 혹시나 하는 생각에 경찰 한명이 미국까지 유전자검사를 보냈는데 시체 얼굴 밑에서 그 청년의 DNA인가 그게 검출 되었다더군.

 

그게 오히려 결정적 증거로 채택 되어버려 유죄를 언도 받은거지. 죄질도 무겁고 국민여론도 안좋다보니 바로 사형을 언도 받았다지.

 

이후로 온갖 욕이란 욕은 다먹으며 감옥에서 조차 적응하지 못하고, 방치되었다가 같은 죄수들에게 린치 받아 죽었다더군.

 

끝까지 자긴 아니라는 말만 되네이다 말이야.

 

이 일기장은 청년은 죽은뒤 집을 정돈하다가 발견되었어. 그때까지만 해도 나 역시 청년이 범인이라고 굳게 믿었기에 재빨리 짐들을 가져다 버리려 했었거든. 이미 소문은 났지만 하루라도 빨리 집을 비우는게 중요하니까.

 

다른 건 다 태워버렸는데 일기장만큼은 찝찝해서 버리지 못하다가 혹시나해서 읽게되었지.

 

자네가 그 일기를 읽게되면 내가 왜 다른 생각을 알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네.

 

1997.4.14

엽집 사람과 인사를 햇다.

처음에는 화를 내는줄 알앗는데 나랑 말하고나서는 친절하게 대해줫다. 공사를 도와주기로 약속햇다.

기분이 좋다.

 

1997.4.16

엽집사람 화장실 공사를 도와줫다. 냄새가 이상햇지만 참고 못질과 옷거리를 만들엇다.

청소까지 도와주고 씻으니 피곤해 졸리다.

 

1997.4.17

출근을 하려고 밖을 나서는대 이웃집사람이 요리하기 위해 칼을 빌려달라햇다. 그래서 열쇠를 빌려주고 가져가라햇다.밤에와보니 고맙다는 편지랑 고기를냉장고에 줫다. 주말에 먹어야겠다.

 

"아니 이대로라면 당연히 옆집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요? 왜 경찰한테 이걸 주지 않으신거죠?"

 

진수는 당황해하며 편지를 두번, 세번 읽었다. 4월 18일이 범인이 처음 잡혀간 날이었기에 모든것이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그의 말에 노인은 아무 말없이 소주병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진수는 밀어 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언성을 낮추지 못하였다.

 

"이미 죽은 이후라도 어떻게 이 모든것을 보고도 어떻게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으신겁니까? 이 이야기만큼은 기사로 반드시..."

 

"그 당시 609호 옆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어. 어느 누구도. 게다가 일기에 써 있는 4.13과 4.16은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과 내가 직접 610호에 들어가기도 했는데, 사람이 드나든다는 흔적조차 전혀 없었어.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펴보게."

 

진수가 일기장을 두 장 넘기자 글씨체는 같으나 전혀다른 사람이 쓴 듯한 글이 보였다.

 

1997.4.18

옆집 사람이 준 고기가 너무 맛있다.

 

너무 맛있어서 돌아가고 싶지않다. 공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둘다 위험하다 했지만 이 순간을 잊지 않고 싶다. 아 한번 더 어디를 청소하라 했는데 그게 어디지?

 

그 글은 누가쓴것이라 생각하나?

 

청년이 미쳐서 쓴것일까? 아니면 청년이 계속 말하는 옆집사람이 모든것을 조작하고 쓴것일까? 청년이 아닌 조작된것이라면 원한이 서린글일테고 청년이 쓴 것이라면 역겨운 글이겠지.

 

아직도 진실을 몰라 버리지도 어디 두지도 못하겠네

 

자네는 무엇이 진실이라 생각하나?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포토세상
이동
메인사진
충남아산FC, 붉은 유니폼 진통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광고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