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鬼接 - 7화 뒷담화

順月 | 기사입력 2021/08/31 [23:27]

鬼接 - 7화 뒷담화

順月 | 입력 : 2021/08/31 [23:27]

"쿨럭쿨럭"

 

진수가 일기를 전부 살피기도 전에 노인은 갑자기 기침을 하며 뒤쪽을 가리켰다또 잘못본것이겠거니 하고 뒤돌아서자 이번에는 실제로 누군가 서성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왠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 두명이 수군대며 이쪽을 향해 손가락질 하고 있었다파마머리를한 아주머니들은 귀신이라도 본듯한 눈빛으로 쉴새없이 무어라 속삭이고 있었는데진수로서는 멀리서도 적잖이 불쾌하였다.

 

아천시 주민들이야 본래 남얘기를 하기 좋아하는 습성들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놓고하는 행동에 반응안할수도 없었기에 그는 다가가 따지려 하였다.

 

"그만두게이 동네 주민들이야 시골사람 특성 어디안가다보니 헐뜯는게 생활화 되어서 그렇지 뭐."

노인은 진수에게 동네 아주머니들이란 말에 그를 멈춰세웠다그러고는 남은 한모금을 들이키며 앉으라고 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과한거 아닌가요마치 보란듯이 저러니."

 

"난 또 철거되는 폐 아파트로 모이는 불량애들인가 해서 유심히 본거지비사동 아파트 주변사람들은 나만보면 저러는게 일상이니 진정하게자네도 그런적있지 않은가?"

노인의 말에 진수는 아무말없이 앉을수밖에 없었다.

 

그도 어린시절 친구들과 비사동 아파트에 대한 괴담을 주고받으며그곳은 수위도 살인마였을거란 말도 안되는 소문을 주고 받곤했기 때문이다.

 

진수는 옛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며 노인이 다마신 빈병을 새병과 바꿔주었다노인은 역시 술병을 빙빙돌리더니 잠시 뜸들인 뒤에야 얘기를 이어갔다.

 

허허 뭔가 정곡을 찔렀나보군

바로 술병을 건네줄줄이야.

 

.... 그래 그때부터였지 아마아파트내건 외건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수군거리기 시작한게?

 

이 아파트에서 귀신과 자살소동에 이어 살인자까지 나오니주변에서는 얼씨구나 하고 온종일 우리 아파트 이야기만 나왔어고가의 아파트란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저주받은 아파트라며 집값도 서서히 떨어져갔지.

 

슬슬 주민들이 이사를 가야할지 고민하고 있던 중!

IMF가 터져버리고 말았어이사는 고사하고 하루 벌어먹고 살기도 힘들어지는 시기에 다른걸 신경쓸 겨를이 있겠나?

 

집이 재산의 전부가 되버린 주민들은 아파트를 떠나기 보다는 이미지를 바꾸는 쪽으로 단결하기 시작했다네.

 

그때부터 였을거야주민들이 히스테릭 해져버린게 말일세작은 과자나 음료라도 나눠먹던 온정은 사라져가고 대신 옆집에 뭔일이 있나 감시하는게 일상이 되어버렸지.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은 이상한 소문이 나지 않도록 서로 감시하는것을 넘어서 누가 뭘하는지심지어 과거까지 캐묻고 다녔다니깐 글쎄?

 

끝나지 않을것 같았던 그 광풍은 한 모녀가 살던 201호에서 이윽고 터지고 말았어.

 

201호에 살던 젊은 엄마는 공장에 다니면서 고등학교에 입학할 딸과 단촐하게 지내고 있었는데아무도

그 남편이 누군지 알지 못했지.

 

주변에서는 미혼모라고 손가락질했지만 뭐 다른 사건들에 비할바가 못되어 가십정도밖에 안되었었어.

 

그러다 주민들 과거까지 이잡듯 뒤지던 부녀회장이 건너건너로 그 집 딸의 친부가 사실은 강간범이라는 것을 알게된거야그날부로 201호에는 강간범의 딸이라는 주홍글씨가 붙게 되었지.

 

아니 사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그게 손가락질 할일인가엄연히 피해자인 모녀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제 아픔을 딛고 일어서려는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다니.

 

정말 몰상식하고 분노가 치미는 일이었지만 그놈에 혀에서 나오는 ''이란 존재는 막을수도 바꿀수도 없는 무서운 존재라모녀가 문밖으로만 나와도 뒷담화하는 소리가 경비실까지 들릴지경이엇어.

 

결국 아파트에서 모녀가 지나가면 수군수군대던 뒷담화는 아파트 담을 넘어 딸이 입학한 고등학교에까이르렀지집에서 엄마들에게 귀가 박히도록 들은 자녀들이 교실마다 퍼트렸을테니 원.

 

비록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항상 밝은 얼굴로 먼저 인사하던 201호 학생은 그때부터 점점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다니더니교복에 물감이 범벅이 되거나 가방이 찢어진 채로 돌아오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지.

 

일이 점점 심각해졌지만 늦게까지 일하던 그 애 엄마는 겨우 자리잡은 아파트를 떠날수도 없어 학교를 안보내는것으로 미봉책을 세웠었어.

 

그러나 그것이 화근이었지.

 

하루 종일 집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우울해하던 학생은 결국 일주일만에 옥상으로 올라가 자살해버렸어.

 

앞으로 살아갈 날동안 들을 뒷담화를 감당할 수 없다며 미안하다는 짧은 편지 하나만 남기고 말일세.

 

그리고 다시 일주일 뒤

 

201호 엄마도 똑같은 장소에서 삶을 마감하였다네.

 

그래 자네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이야기일거야.

 

부녀회장 주도로 하루도 안되어서 그 일대를 말끔히 치웠을뿐더러손가락질을 한번이라도 했던 주민들이 다들 죄책감에 쉬쉬하였으니깐.

 

기자들에게도 IMF 때문에 모녀가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해 뛰어내렸다고 둘러대면 그만이 었을테지.

 

그 당시에 그런 사람들이 티비만 틀면 심심치 않게 나오던 시대 아닌가?

 

어찌되었든 그들에 비해 약자였던 모녀의 죽음은 하루이틀사흘이 되자 사람들 기억속에 서서히 잊혀져갔어.

 

기억을 잊은건지 지운건지 알수는 없지만 이후로 201호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입도 뻥긋하지 않았지시간이 흐르며 죄책감을 잊은 주민들은 '이웃 뒷조사'의 광기마저 다시 시작하려고 하였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모든 사건의 주동자인 부녀회장이 아파트 주민 총회에 나타나지 않기 시작한거야.

 

그 양반 남편이 시의원이라 항상 어깨를 피고 주민총회 때마다 활개치고 다니는게 인색의 낙이었거든횟수로도 3번 연속으로 해먹었으니 상전이었지 상전.

 

뭐 평소에도 사전 동의없이 행동하는게 일상이라 말도 없이 여행이라도 갔겠거니 했는데정확히 다음 주주말인가 아직 어둑어둑할때 경비실문을 두들기며 무어라 중얼대더군.

 

근데 이게 사람인지 시체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피골은 상접해있고두눈은 푹패여서 다크서클이 경계가 어딘지도 알수없을 정도로 흉측해져 있는거야.

 

그러면서 자기는 더이상 부녀회장 못하겠고 아파트도 떠날거라면서 속삭이듯 말하고는 휙 올라갔어마치 누가 억지로 시킨듯이.

 

두시간 뒤 그 시의원 남편이 출근하기에 이사하냐고 묻더니 그런일 없을테니 신경끄라며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더군나야 뭐 일개 경비원이니 알았다고 하고는 상관안하려고 했지.

 

그런데 그때부터 부녀회장이 아주 얇은 옷하나만 걸친채 맨발로 경비실을 서성이면 중얼중얼대기 시작했어.

 

무슨일이냐 물어도 대꾸도 없고 계속 그러니까무섭기도하고 혹시 문제가 될까봐 녹음기로 녹음까지 했었다니깐 글쎄이게 그 녹음 내용이네.

 

Section1

 

지지지직...

수위 무슨.. 무슨 일이세요 회장님?

 

부녀회장 자꾸 자꾸아니라는데 자꾸 뭐라고 뭐라고 계속... 여러명이서 자꾸.

 

수위 누가 뭐라 한다고요?

 

부녀회장 자고있는데 머리맡에서 자기들끼리 얼굴이 흉하다 늙었다 떠드니깐....

 

수위 누가 부녀회장님한테 그런 소리를...

 

부녀회장 저기 저깄잖아... 지금도 자꾸 뒤에서 모여가지고 지들끼리 그만그만해!!

그만해!!!!

(뛰어가는 소리)

 

Section2

 

부녀회장 아저씨 아저씨!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는데 저것들이 뒤돌았을때는 보이지도 않다고 다시 고개돌리면 거울로는 나타나고 저것들이...

 

수위 저것들이라니아니 부녀회장님 지금 새벽인데 올라기시는게

 

부녀회장 자꾸 못자게 하잖아못자게하잖아!!

노래 소리를 아무리 크게 틀어도 갑자기 노래도 끊어버리면서 라디오로 징그럽게 생겼다고 수군거리고

 

수위 라디오에서 회장님한테 수군거렸다고요그게 말이 되....

 

(1분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다가 걸어가는 소리가 들림)

 

Section3

 

수위 회장님 이제 그만오세요 의원님이 더이상 말섞지 말라고...

 

드륵드륵드륵 쾅쾅!

 

수위 그러다 부셔집니다 그만하세요 그만그래도안열어드립다.

(갑자기 침묵)

 

.

 

이게 끝일세.

어떻게 보면 미친사람이 헛소리하는 것으로 볼수도 있겠지정말 소름끼치는게 뭐냐면 마지막 녹음된거는 사실 10분짜리야.

 

그러니까 안열어준다는 말이 끝나고 10분간이나 부녀회장이 경비실쪽을 정말 소름끼치는 눈빛으로 아무소리도 내지않고 쳐다보다가 그냥 돌아갔다니깐?

 

산전수전 다겪었다지만 나도 너무 무서워서 단한마디도 하지 못했었다네제발 돌아가라며 돌아가라며 속으로 빌기만할뿐.

 

저 녹음을 끝으로 이틀 뒤.

부녀회장 역시 201호 모녀가 죽은 자리에서 똑같이 삶을 마감하였네.

 

다들 저주네 뭐네 하며 그때부터 옥상문은 자물쇠로 채워 아무도 못올라가게 했었지.

 

이 녹음은 그대로 경찰에게 넘겼어뭐 별다를건 없지만 혹시나해서 말이야그리고 경찰이 나에게 묻더군 세번째 녹음에서 도중에 수군대던 사람들은 누구냐고말하는게 범인일지도 모른다면서 말이야.

 

아니 세 번째 때는 녹음기를 켰긴 했지만 대화를 나눈 적도경비실 문을 연적도 없는데 무슨 소리냐니깐 이 부분을 들려주더군.

 

Section4

 

삐리리리릭(녹음기를 앞으로 돌리는소리)

 

딸깍

 

어때? 시도때도 없이 뒷담화를 듣는 기분이.

혼자서만 들어보니 어때?

 

힘들지힘들지죽고싶지?

내딸이 들은만큼내딸이 고통받은 만큼 계속 해줄게 죽을때까지.

 

자꾸 자꾸

 

수군 수군

 

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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